오늘은 아이 감기 이야기를 해 보자.
소아과를 찾으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게 바로 아이들 감기 환자이다. 아이에게 찾아오는 수많은 질병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모든 질병들을 합친 것 보다도 월등한 발병률을 보이는게 바로 감기.
하지만, 감기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우리는 어른들의 스몰한 버전으로 아이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른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어른에 비해 아이들은 아직 면역체계의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감기 자체가 어른에 비해 더 고통스럽고 때로는 합병증 등으로 인해 오랜기간 힘들어 할 수 있다.
보통,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도 아이가 잘 먹고 잘 논다면? 감기로 인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이후에 아이가 처지는 느낌이 있고 잘 먹지 않고 잘 놀지 않는다면? 아이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병원에 방문해 진찰을 반드시 받아봐야 한다. 아이가 처지는 증상은 다른 위험한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너무 자주 아이가 감기에 걸려 고생한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필자도 두 아이를 키우지만 한 1주~2주 정도 고생 하다가 낫다 싶으면 며칠 후에 또 걸리고 그런 경험들을 참 자주했다.
이렇게 감기가 자주 찾아오게 되면 부모는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라는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부모라면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다. 다만,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감기가 더 자주 오는게 일반적이며 1년에 한두번 감기에 걸리는 아이가 오히려 특출난 것임으로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대략 생후 6개월 정도까지의 영유아들은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이는, 태어나면서 부터 엄마로 부터 면역성을 물려받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성장이 완료되어 면역체계가 완성된 상태인 데다가 살아오면서 수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이에 대응한 항체들을 만들어 왔다.
때문에, 어른들이 아이들에 비해 바이러스성 질환에 강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반대로 아이들이 감기 등의 바이러스성 질환에 잘 걸리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모체로 부터 받은 항체들이 유지가 되는 6개월 까지 아이들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다가 그 이후에는 엄마로 받은 면역성들이 사라지면서 감기에 좀더 잘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이가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각종 오염물질에 대한 접근도도 올라가기 때문에 가만히 누워만 있는 영아시절 보다 감기가 더 잘 찾아오는 것이다.
영유아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은 반대로 이야기 하면 감기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의미한다.
보통, 아이 감기는 가래가 끓는 듯한 소리, 강도가 심하지 않은 기침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이 아이들의 감기는 어른의 감기와 다르며 작은 증상도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말 못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를 호소할 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의 경우에는 작은 증상도 지나쳐서는 곤란하고 병원에 가는 것을 지나치게 꺼려해서도 안되겠다. 영유아 시절에는 작은 질병도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 아이에게 감기는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라는 점! 유념해야 하겠다.
어른들은 감기에 걸리면 짧으면 3~4일 길어도 1주일 이상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아이들 감기는 기본이 1주일이고 한달 내내 감기로 고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른을 투영해 아이들을 바라보다 보면 이런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이상이 있는지 걱정되기 마련이지만 자주 감기가 찾아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 감기가 오래 가는 것도 아이들의 고유한 특성임으로 이 역시 아이 면역체계에 무언가 문제가 있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겠다.
이는 아이들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만의 상황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계절을 제외하고 공기가 그렇게 나쁘다는 인식을 잘 하지 못하지만 한국, 특히 서울, 부산, 인천 등의 대도시는 세계적으로도 공기오염도가 심한 도시에 속한다.
오염된 공기는 감기가 오래가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물의 오염도에 따라서 활동 할 수 있는 물고기의 종류가 달라지듯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들은 1급수에 살아야 하는 물고기와 같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 감기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함부러 예단하지 말라는 점이다.
감기라는게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서도 자주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다 보니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부모들이 많다. 물론, 열이 나거나 처지는 증상 등이 있지 않다면 크게 위험한 경우는 드물다.
다만, 이는 당장의 증상만 보고 판단하는 것에서 오는 오류이다. 아이들은 당장 열이 나지 않아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갑자기 몸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감기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은 꼭 감기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도 유의하자. 대표적인 질환들이 천식, 폐렴, 비염, 인후염, 모세기관지염 등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해 보자면, 첫째 아이가 두돌이 되기 전, 미열이 있어 몇일 버티다가 갑자기 열이 심해지고 잘 먹지 않아 응급실을 간 적이 있다. 진찰해 보니? 황당하게도 수족구였다. 손발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수족구가 온 것이다. 수족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손발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위에도 올 수 있는데 필자의 아이는 목구멍에 온 것이다.
그래서, 열이 나고 그와 함께 아이가 잘 먹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 것이다. 의학적 지식이 다른 부모보다 많다고 해서 아이를 함부러 예단하거나 해서는 곤란하다. 아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 때문에 아프고 고통을 받는다는 점! 아이 감기를 쉽게 봐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 강조해 본다. 반복된 병원 방문과 이로인한 똑같은 처방을 계속 받는 것 같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