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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생활경제

경계선의 모호화, 빅블러 현상

블러(Blur)라는 용어는 경계선이 흐릿해 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블러 현상이 크게 나타난다는 의미로 앞에 빅(Big)을 붙여 빅 블러(Big Blur)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과거에는 업종간 경계가 명확했다. 유통업은 유통업만, 제조업은 제조업만 하는 식이다. 유통업 안에서도 온라인 사업자와 오프라인 사업자가 명확하게 구분되는게 전통적 개념의 산업 구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금융산업과 IT기업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업종이 융합되고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온라인으로 온라인 사업자는 오프라인으로 진출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예전에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호보조적인 진출이었던 반면에 지금은 아예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블러가 아닌 빅 블러인 것이다.


빅블러 현상이란?



우선, 잠깐.


용어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 보자.


빅블러 현상은 저명한 미래학자 중 한명인 스탠 데이비스가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기존에 존재했던 것들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현상을 말한다.


흐릿해 진다는 영어 단어 블러(Blur)에서 차용한 용어.


유명 이미지 리터칭 프로그램인 포토샵에는 블러 효과를 내 주는 기능이 있는데, 바로 아래와 같이 사진을 바꿔주는 기능이다. 감이 확~ 오지 않는가?



이러한 빅 블러 현상은 사회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가져온 현상으로 여겨진다.


현대는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핀테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 등의 혁신적인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업종간 경계선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핀테크, 대표적인 빅블러 현상.



빅블러의 사례로 흔히 이야기 하는게 바로 핀테크의 발전으로 인한 금융산업과 IT기업의 융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있다. 물론 이들 은행의 출자자에는 기존 금융권 회사들이 있지만 이들 기업의 핵심은 역시 IT 기업이다. 발전한 IT기술을 활용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상품을 출시하고 좀더 저렴한 대출이율과 높은 저축이율을 제공한다.


은행들의 IT 기술 활용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는 오프라인 사업의 보조적인 수단으로서 오프라인 사업을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뿐이고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려는 노력은 없었다. 단지, 오프라인 기능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기거나 좀더 편리하게 활용하려는 노력일 뿐.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빅 블러.



빅블러 현상이라고 이야기 하면 핀테크를 꼽지만 사실 빅블러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유통업을 보자.


불과 200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유통업의 분류는 다섯가지에 불과했다. 바로 대형마트, 백화점, CVS(편의점),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경영학에서 가르치는 유통의 분류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경계선을 짓기에 모호한 상태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의 형태가 나타나고 대형마트도 백화점도 아닌 복합쇼핑몰 등이 등장하고 있으며, 드러그스토어(올리브영), 균일가 유통점(다이소 등), 편집숍 등이 생겨나고 있다.


특정 업종 내에서도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난 제품을 팔기도 한다.


편의점이 대표적인 사례.


교통카드 충전에서 시작해 현금입출금기를 설치하더니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편의점 업계는 최근에 커피전문점처럼 커피를 제조해 팔고 있다. 최근에는 길거리 음식점 처럼 간식거리를 만들어 팔고 심지어 치킨을 판매하는 편의점도 생겼다.(미니스톱)


단순히 포장식품을 유통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편의점 전문 커피 브랜드를 런칭하고 매장에서 닭을 튀겨 판매한다. 균일가 유통점의 대표주자인 다이소에서는 최근에 중고폰을 파는 매장도 생겨나고 있는게 바로 지금의 현상.

 

그런데 왜?



이러한 빅블러의 시대는 결국 두가지 측면에 의해 촉발되는 것.


하나는 소비패턴의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의 발전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원스톱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 롯데, 신세계 등의 유통 공룡들이 외식, 마트, 영화, 자동차 정비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복합 쇼핑몰의 숫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변화를 적극 수용한 결과물이다.(롯데몰, 스타필드, 이케아 등) 편의점의 만물상화도 결국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


다른 하나는 기술의 발전이다.


IT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카카오그룹은 금융산업에 진출했다. 드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아마존은 택배사업에 진출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기능의 발달로 차량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산업이 등장했으며 기존 금융권을 통하지 않는 소액 펀딩을 통한 대출도 가능해 졌다.


이러한 빅 블러의 시대.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키며 국가경제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트렌드에 맞게 합리적으로 재조정 하는 적시성이 필요한게 아닐까? 기존의 낡은 규제에 가로막혀 기업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을 갉아 먹는 것일 것이다.


그나저나, 엑티브엑스는 언제쯤 없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