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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생활경제

고향사랑 기부제를 아시나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 중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세법 개정안이 하나 있다. 이름하야~ '고향사랑 기부제' 와 관련된 몇가지 법안들. 현재 4개 정도가 계류중에 있는데 이 법안은 통과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고향사랑 기부제라는 제도 자체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 중 하나고 일본에서 이미 시행해 나름의 성과를 거둔 그런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 기부금처럼 10만원 이하는 90% 이상을 돌려받는 세액공제를 해 줄 것으로 보여서 기부를 한 사람이나 기부를 받는 지자체나 윈-윈 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기부는 어디까지나 기부이기 때문에 무엇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안되는 것이겠지만 일본의 사례를 봤을 때 지자체의 재정확충이라는 본연의 목적 외에도 지역 특산물의 소비진작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부수적이지만 중요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은 이러한 고향사랑 기부제가 무엇인지 일본의 모델을 살펴보고 앞으로 법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자.


일본의 후루사토세.


후루사토(ふるさと)라는 말은 '고향'이라는 의미.


우리의 고향사랑 기부제, 가칭 고향세와 후루사토세는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우리가 설계하는 고향사랑 기부제 자체가 후루사토세를 모델로 한 것이다. 후루사토세의 도입 목적 역시 우리와 같다. 일본은 우리보다는 낫지만 지자체의 재정이 열악한 것은 우리와 오십보 백보 차이.


이러한 후루사토세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8년이다. 하지만, 도입후 2013년 까지는 그 실적이 매우 미미했다. 2008년 81억엔 우리돈으로 약 890억원을 모으는 것에 불과했다. 수백개의 지자체를 감안했을 때 이는 지자체의 재정확충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적은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13년까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14년 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2014년에는 우리돈으로 3,800억 2015년에는 1조 6,500억이 모금되었고 2016년에는 무려 2조 7,750억원 가량이 모금이 되었다.


이쯤 되면 대성공!


후루사토세의 성공 포인트는 답례품.


사실, 일본의 후루사토세가 처음 도입되던 시절에 우리나라도 고향세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미미한 실적을 보고 흐지부지 관심에서 멀어졌다. 조세제도는 실효성이 가장 중요한 정책 시행 이유이니 말이다.


그런데 일본의 후루사토세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우리도 본격적으로 다시 논의가 되고 있으며 국회주도가 아닌 정부주도로 조세제도가 가다듬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후루사토세는 왜 이리 큰 성공을 했을까?


그 이면에는 지극히 당연한 시장경제의 원리가 숨어있으며, 그 포인트는? 바로 '답례품' 이다. 일본의 후루사토세 역시 우리의 고향사랑 기부제와 마찬가지로 세액공제 등의 세무적 혜택을 준다.


하지만, 그 뿐!


아무리 공제를 받는다 하더라도, 10만원 기부시 9만원을 돌려받는다 해도 '내 돈'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기부를, 그것도 지자체이기는 하지만 국가를 상대로 할 이유가 별로 없던 것이다.


그러던 중 2013년 훗카이도 가미시호로정(上士幌町)이 납세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액의 쇠고기 및 공예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기부자는 세액공제도 받고 질 좋은 특산품도 선물 받으면서 기부한 돈 이상의 '효용'을 얻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제도 정착과정의 부작용.


가미시호로정의 이 아이디어 하나로 인해 인구 5,000명에 불과한 가미시호로정은 2014년에만 100억에 가까운 기부금을 거두는 성과를 거둔다. 이에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질 좋은 답례품을 제공하면서 후루사토세는 큰 성공을 거두고 완벽하게 정착하게 된다.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런데 이러한 모금 활동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일어난다.


기본적으로 후루사토세는 고향에 기부하는 것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기부처를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제도 자체가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데 원래의 고향에만 기부할 수 있다면 부익부 빈익빈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아무튼, 각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답례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 결국 기부금액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가치를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경우들이 생겨난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정에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어려운 상황에 다시 처하게 된 것이다.


이에따라 일본정부는 답례품의 가액을 기부금액의 30% 미만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다. 뭐, 해결책은 매우 간단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지자체간 답례품을 비교하는 사이트가 존재를 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무슨무슨 상품비교사이트처럼 말이다.


이런 양태들이 나타남에 따라, 후루사토세가 좋은 품질의 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조달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다만, 그런 양태가 꼭 나쁜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비난할 부분일까라는 생각은 든다. 사람은 경제적 이득을 쫒게 되어 있는 법이니 말이다.


아무튼, 충분히 콘트롤 가능한 몇가지 문제점만 보완한다면 이는 지자체의 재정확충이라는 본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부금을 받아 재정에 확충함으로서 열악한 지자체 재정을 보완하고 답례품으로 해당 지역 특산물을 지자체 단위에서 구입함으로서 지역에서는 또다른 하나의 판로를 개척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일정규모 이상의 특산물 판로가 개척된다면 지역별 차별화된 특산물의 발전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액공제액의 확대로 인해 정부의 수입은 다소 감소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진작효과와 지자체 재정 확충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 및 세무정책이 또 있을까?


경제는 경국 '소비'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제도가 할 수 있는 '소비진작'의 창의적 수단이 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작용기제 때문.


현재 진행 상황은?


현재 고향사랑 기부제는 국회의원 입법 법률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제도를 마련 중에 있다. 현 시점에서 봤을 때, 2018년까지 입법과정을 완료하고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물론,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정확하게 제도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략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아래의 모습을 갖추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볼 수 있겠다.


- 재정자립도 20% 미만의 지자체.

- 인당 100만원까지 기부금 모집 가능.

- 세액공제는 정치기부금과 같이 10만원 미만은 110분의 100 세액공제 유력(약 9만원까지 돌려받는 것).

- 실제 고향과 상관없이 기부자가 지자체 선택 가능.

- 답례품 제도 도입 가능성 높음.(단, 답례품 가액의 상한선은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


물론, 이는 예상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단계임으로 앞으로 바뀔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는 점은 다시 강조해 본다.


개인적으로 고향사랑 기부제가 일본의 그것처럼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당연히, 시장경제의 당연한 인간 심리를 잘 공략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뭐, 세액공제를 얼마 해 줄 것이냐는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말이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투입한 돈에 비해 더 많은 효용가치를 얻을 때 움직이는 법.


선한 의지인 '기부'라는 고귀한 행위도 물론 제도의 성패를 가르는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제도 운용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요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기관 안에서 논란이 있다.


그런데 이는 결국 파이 쪼개기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고향사랑 기부제와 같은 일본의 창의적인 제도를 우리도 좀더 잘 벤치마킹해서 파이를 쪼개기 보다는 파이 자체를 키워보는건 어떨까?